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재정을 써서 청년과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맞춰졌다. 전문가들은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청년 직접 지원을 늘린 부분은 의미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인 ‘기업 보조금’ 방식 등 기존 대책이 지닌 한계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정부는 15일 내놓은 ‘청년 일자리 대책’을 통해 2021년까지 18만~22만명의 청년 일자리를 추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1년까지 에코붐 세대 39만명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4년 동안 추가로 발생할 청년실업자 14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난해 실업률(9.8%)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여기에 4만~8만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청년실업률을 8%대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다만 각 대책을 통해 확보될 구체적인 일자리 규모에 대해,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추경 규모가 확정된 뒤 상세한 효과를 예측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4년간 최대 22만명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률 8%대 이하 목표로
중기 초봉 2500만원에 ‘+1000만원’
대기업 취업안해도 임금은 비슷해져
재정 지원규모 확대 의미 있지만
과거 실패한 정책 답습 비판 나와
공공기관 청년할당제 확대도 빠져
“중기 꺼리는 이유 장기적 소득.안정성”
이날 나온 대책의 뼈대는 빈 일자리가 20만개나 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공공기관 등 좀더 나은 일자리로 가려고 취업을 미루는 청년을 재정을 통해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중소기업 대졸 평균 초임인 연봉 2500만원을 받는 청년에게 재정으로 연간 1035만원 이상을 지원하면, 대기업 대졸 초임(3800만원)에 가까운 수준에 근접하는 만큼 중소기업 취업 유인이 생길 것이라는 셈법이다. 이처럼 청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소득 지원은 기존 청년고용대책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청년수당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역시 2019년 시행을 목표로 구체화해 대책에 포함했다. 특히 청년수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만 해도 정부가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웠던 정책인만큼 이번 대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넉넉한 재정 여건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청년에 대한 지원을 늘린 데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과거에 실패한 지원방식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부분을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앞세운 정책은 청년의 임금을 정부가 대신 지원해 기업 부담을 덜어주거나 열악한 기업에 채용장려금을 통해 돈을 얹어주는 것으로 과거 기업 보조금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보조금 방식 지원의 한계는 지난 10년동안 21차례나 이어진 청년고용 대책들에서 꾸준히 지적돼온 부분이다. 한 예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청년인턴제는 기업을 보조해 청년에게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했는데 2016년 감사원의 청년고용대책 성과분석을 보면, ‘지원금이 없더라도 동일한 인력을 채용했을 것’이라는 기업이 48.8%에 달했다. 보조금의 효과가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는 한계기업을 포함한 영세 기업들의 경영유지를 위해 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 직장 선택에 있어 생애소득과 사회적 지위 전반을 고려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선호하는 청년들에게 한시적인 임금보전 대책이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논란거리다. 이번 재정 지원 제도는 2021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소득이나 안정성을 기업선택의 주요 요소로 삼기 때문”이라며 “당장 임금보전 대책만으로는 생애소득을 따져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택하는 청년을 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임금보전 지원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경우 기존 2년을 재직하면 정부가 900만원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3년 근속을 전제로 정부 지원액수(1800만원)를 늘리는 선택지를 추가하는 등 첫 직장에 대한 근속을 더욱 강조했다. 중소기업 첫 일자리를 디딤돌 삼아 더 나은 일자리로 이직해 소득향상을 꾀하려는 청년이라면 택하기 쉽지 않은 대책인 셈이다.
중소기업에 청년을 유인하기 위한 대책들에 견줘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은 불확실성이 큰 공공기관 명예퇴직 활성화 등을 통해 올해 채용을 5천명 늘리는 것과 청년 고용을 늘린 대기업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연장하는 정도에 그쳤다.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포함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할당 비율을 3%에서 5%로 확대하는 정책은 대책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번 대책이 ‘에코붐 세대 노동시장 진입시기’에 대응한 한시적 대책 위주로 짜인 것은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부는 “2021년 이후에는 인구 문제가 풀리며 고용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류장수 부경대 교수(경제학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장래성과 소득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인구문제가 해결돼도 대기업에 가기 위한 대기인력이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구조적 대응방안을 이번 대책에 포함했지만 미래먹거리 창출, 사회보상체계 혁신,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 기존 정부 정책 방향을 선언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담지 못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36296.html?_fr=mt1#csidxe1d0dd845aa3c09841bda0f2e46ed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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